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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씨의 잡동사니 상자

20250105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 <아트 오브 쥬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본문

공연 및 전시회 나들이

20250105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 <아트 오브 쥬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낮새는 올빼미 2025. 1. 9. 03:30
전시회명 : 아트 오브 쥬얼리: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장소 : 롯데월드타워 7층 롯데뮤지엄
관람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티켓요금 : 성인 20,000원 미성년자(만13세~만18세) 16,000원 어린이(만4세~만12세) 12,000원
전시기간 : 2024년 12월 6(금) ~ 2025년 3월 15일(일)

 

 

4일 5일은 부산에서 지인이 올라와서 잠실에서 놀았다.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를 5시에 예매해 놓았기 때문에 중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롯데월드타워 7층에서 보석전시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현장예매해서 들어갔다.

 

우리 둘 다 까마귀과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거 되게 좋아해 ㅋㅋㅋ.

 

그치만 순수하게 보석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는 것이지, 보석으로 인해서 벌어진 수많은 치정과 정치사를 생각해보면 그냥 막 좋아할 수 없는 것도 사실. 

실제로 예전에 만들었던 보석 잡화들을 보면 거진 국민들의 고혈을 한계까지 쥐어 짜내서 만들어낸 것이 태반이라, 뼛속까지 사학과에 프롤레타리아정신으로 충만한 지인과 나는 뭘 봐도 잔뜩 냉소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고대 이집트에서 나온 쇠똥구리를 조각한 보석과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은판.

 

쇠똥구리는 고대로부터 신의 곤충이라 불렸기 때문에 신의 은총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 인기였다고 함.

그런데 항상 모든 것은 신권과 함께 신앙이 사회 전반을 잡고 있었던 시대엔 신을 섬기는 마음과 경건에서 비롯되었다가 나중에는 개인화되고 사유화되어감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해가고, 가공법도 모두 변해가는 것 같다.

 

그림이든 글이든, 예술 전반의 시작점은 종교였지 아마.

 

당시에는 세공법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교한 금 장신구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긴 함.

 

사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근거는 과거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프리드리히 3세의 시그니쳐 인장반지.

 

도슨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람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우리는 곧 콘서트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거의 쫓기듯이 구경했음ㅠ

 

그런데 상당히 전시된 쥬얼리들이 많고, 시대별로 섹션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관람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쥬얼리 컬렉터 중 하나인 카즈미 아리카와 라는 이의 소장품을 전시했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가격이 6600억원 쯤 된다고.

 

세상에 부자가 참 많다지만 쥬얼리 컬렉터로 이 정도의 반열에 오르려면 대체 어느 정도 자산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그 자산은 다 어디서 난 걸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한반도에서 여의도 넓이에 달하는 땅을 무단착취하며 살았다던 일본인 모모씨들........

.

그만생각하기로해.

 

아무튼 이 컬렉션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쥬얼리 컬렉션이라고 일컬어진다고 함.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금과 에나멜 등으로 꽉 차게 세공한 대관식 파뤼르들을 보면

저걸 목에 손에 달고서 안 무거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나는 것을 보니

난 역시 뼛속까지 프롤레타리아OTL

 

사실 갈수록 무거워지고 치렁치렁해지고 화려해지는 장신구들은 

처음에는 신권, 나중에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산업화 시대 이후에는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함.

 

그나마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리고 소중한 친구한데, 존경하는 부모님한테 선물했다는 쥬얼리에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있긴 하다. 그 아름다움으로라면 쪼금은 즐길 수 있어.

 

그치만... 그들도 부르주아잖아. (그리고 지인과 나는 이 말을 미셸 들라크루아의 그림전시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했음)

 

위 목걸이는 좀 더 특이하고 상징적이어서 기억에 남았음.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이 친구들한테 우정의 표시로 선물한 펜던트라고 하는데

비둘기가 사이좋게 모여 물을 마시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보석이 마치 에펠탑처럼 생겼네. (웰링턴 공작이 사용하던 사슬 달린 시계라고 한다)

처음과 비교해서 갈수록 보석 세공법이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프랑스 혁명사를 보면 당시 귀족들이 워낙에 사치를 부려가지고 정당하게 빡친 프랑스 시민들이 봉기하는 도화선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 그때 광적으로 보석을 모은 귀족들로 인해 세공기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과연 좋은건가 나쁜건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두 번째 섹션인 아르누보.

거의 보석으로 예술을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단지 보석으로 장신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모티브로 한 예술 세계를 구현하는 데 힘썼고

그 와중에 곤충, 붓꽃, 수련, 나비 등에 여성의 얼굴이나 신체를 결합시켜서 만들어진 것들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의미하는 팜므파탈을 연상시킴으로써 남성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는 해석도 있음.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면 불안하기나 하는 나약한 남성들이라니...........................)

 

암튼 문제는 이렇게 장인정신을 불태워서 세공한 쥬얼리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랑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사용을 할 수 없었는데 그 이후 전쟁이 발발하면서 완벽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건 예수의 가시 면류관을 상징하는 티아라.

 

근데 온갖 보석 십자가나 이런 상징물도 나는 좀 삐딱하게 웃겼던 게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서 고난을 받았던 예수님의 십자가 형틀을 간직하기 위해

거기다가 다이아몬드를 쳐발쳐발했다는 게

몹시 아이러니 했기 때문이다.

 

고난과 정의와 사랑의 상징물에 보석 쳐발쳐발....ㅎ

 

전시관은 총 9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17-18세기 : 예카테리나 2세 컬렉션

▲19세기

▲아르누보(Art Nouveau)

▲벨 에포크(Belle Époque)

▲아르데코(Art Deco)

▲반지

▲티아라

▲십자가 총 9개 섹션

 

비록 티아라부터는 콘서트까지 시간싸움이 시작되어서 처음만큼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떤 것이든 소장품을 관람한다는 것은 과거의 시대를 되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전시였다. (나쁜 의미에서든 좋은 의미에서든)

 

그런데 문제는 전시관 안이 어어어엄청 어둡다는 거.

 

진짜 어두워.

아니 적어도 설명은 읽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아니면 글자를 크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글자 위에 조명을 하나 더 놓거나.

 

진짜 다닐 수록 눈이 침침해서 이거 뭐 시력 안 좋은 사람은 설명도 읽지 말란건가 싶긴 했음.

보니까 혹평의 거의 90퍼 이상이 조명이 침침하고 실내가 어둡다는 거더만.

그러니까 혹시 자세히 관람하고 싶으신 분들은 설명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이 낫습니다.

 

암튼 만감이 교차하는 전시회였지만 구성이 알차긴 했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다른 각도에서 세계사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을 것 같은 행사였다.